구축효과, 민간 투자 밀어내기는 실재 하는가?

구축효과는 영어로는 crowding out effect 라고 합니다. ‘밀어내다’라는 뜻이죠. ‘구축(驅逐)’도 밀어내다는 뜻인데, 몰아서 쫓아낸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구축효과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이 역효과 때문에 서로 상쇄되어 경기 부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론입니다. 정부 정책에 뭔가를 밀어내는 역효과가 있기 때문에 애초의 경기 부양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인데, 뭐를 밀어낸다는 것일까요?

구축효과가 밀어내는 것은?

밀어내는 것은 바로 민간 투자입니다. 재정적자가 일어나면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게 되고 국채 발행은 시장 이자율을 증가시키므로 결과적으로 민간 투자가 밀려난다는 것입니다.

구축효과를 다른 차원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투자를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죠. 그런데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 시장에 국채가 유입되는 바람에 회사채 수요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투자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를 못하게 되겠죠. 이 현상은 민간 투자가 밀려나는 구축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 지출을 늘리면 재정적자가 생기는 것이 보통이므로 재정적자 대신 정부지출로 일반화하여 구축효과를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구축효과란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이 이자율을 상승시켜 민간 투자를 축소시키므로 경기 부양의 의도가 상쇄된다는 이론입니다.

이제 구축효과란 무엇인지를 알아 보았으니 과연 그러한가에 대해서 이야기 할 차례인데요,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경제학에서 말하는 투자와 저축이 무엇인지에 대해 점검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구축효과와 관련해서 이자율이 상승하는 이유를 정부 저축이 감소하는 것에서 찾기도 하거니와 경제학에서 말하는 저축과 투자는 상식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주식이나 채권 투자가 저축이라고?

주식을 사는 것과 채권을 사는 것은 투자입니다. 주식 투자, 채권 투자라고 하잖아요.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이를 투자로 보지 않고 저축으로 봅니다.

경제학에서 투자는 기계나 장비를 새로 구입하는 것, 새로운 설비를 하는 것, 공장이나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을 말합니다. 개인의 주식 투자나 채권 투자는 소득 중에서 소비하고 남은 것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보죠. 경제학 관점에서 볼 때 주식투자와 채권 투자는 소득 중에서 소비하고 남은 것 곧 저축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정부 저축이 감소하면 이자율이 상승한다고 하는 이유

이제 시야를 국민 경제 전체로 넓혀 봅시다. 국민 경제 전체로 보았을 때 저축과 투자 금액은 항상 일치합니다.

물론 몇 원 몇 전 단위까지 일치한다는 것도 아니고 개별 가계의 저축과 투자가 일치한다는 의미인 것은 아닙니다. 국민 경제 전체로 보면 저축 금액과 투자 금액이 일치 한다는 것이죠.

그래도 왜 일치 하는지 못 믿겠다면, 그 유명한 GDP 공식을 활용하면 답이 나옵니다.

GDP = C + I + G

참고: GDP 측정 방법

C는 소비 지출, I는 민간 투자, G는 정부 지출을 의미합니다. 원래는 수출과 수입도 포함되어야 하지만 한 나라의 GDP가 아니라 지구촌 GDP라고 본다면 (외계인과 거래하는 것은 아니니) 수출과 수입은 잠시 잊어도 됩니다.

GDP 공식에서 오른쪽에 있는 C와 G를 왼쪽으로 옮기면 (또는 양변에서 빼주면) 다음과 같게 됩니다.

GDP – C – G = I

GDP는 국내총생산이지만 국민총소득이기도 하죠. 국민총소득에서 민간과 정부 소비를 빼면 어떻게 될까요? 저축만 남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GDP-C-G 는 저축(S)입니다. 그렇다면 위 식은 S=I, 즉 저축은 투자가 됩니다.

개별 가계 단위에서까지 저축과 투자가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방금 전 본 것과 같이 저축과 투자는 일치합니다.

이때 투자를 ‘투자 자금 수요’로 본다면 저축은 ‘투자 자금의 공급’입니다. 투자 자금을 공급해 주는 것이 바로 저축이 되는 거지요.

따라서 국민경제 전체로 저축과 투자가 일치한다는 것을 저축이라는 투자 자금 공급과 투자라는 투자 자금 수요가 균형을 이루었다고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균형을 이룬 점에서 투자 자금의 가격 곧 이자율이 형성됩니다.

저축은 민간 저축과 정부 저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재정 적자로 인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정부 부채를 지게 된다면 정부 저축이 줄어 듭니다. 이 상황은 곧 투자 자금 공급이 줄어듬을 의미합니다.

공급이 줄어들면 공급 곡선이 왼쪽 위로 움직이죠. 공급곡선이 왼쪽 위로 움직이면 가격(여기서는 이자율)이 상승합니다.

이처럼 재정 적자든 아니면 정부 지출을 늘림으로써 정부 저축이 줄어들든지 간에 이자율이 상승하여 투자자금을 필요로 하는 민간 투자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구축효과는 정부 지출을 상쇄할 정도로 큰가?

구축효과는 경제 이론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정치적이기도 합니다. 구축효과는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이 케인즈 경제학을 비판하기 위한 중요한 소재로 이용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내용입니다.

정부 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것이 케인즈 경제학의 요체인데, 시카고 학파는 구축효과를 예로 들어, ‘그래 봤자 소용없어. 민간 투자가 위축 되기 때문에 정부 지출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는 상쇄돼버리거든’이라고 반격하는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의 논쟁이 어찌 정치적일 수 있지? 하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구축효과를 끌어온 사설의 예만 봐도 구축효과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위 사설에서는 “구축효과는 경제학에서 검증이 끝난 이론이다.”라고 확언하는데, 이건 강한 주장을 하는 사설이라지만 나가도 너무 많이 나간 겁니다. 구축효과는 검증이 끝난 이론이 아닙니다.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밀려들게(crowding in) 하기도 한다

케인즈 경제학을 따르는 학자는 완전 고용 상태가 아닌 경제 상태에서 정부 지출은 고용 창출을 통해 민간 투자를 증가 시킨다고 말합니다.

아래 그래프가 이를 표현한 것인데요, 경제가 완전 고용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 즉, 생산가능곡선 안 쪽의 A점에 있는 상태에 있다면 정부 지출을 증가 시켜 민간 지출(소비와 투자)을 증가(생산가능곡선 상에 있는 B로 이동) 시킬 수 있게 됩니다.

정부 지출이 항상 민간 지출을 밀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민간 지출을 증가 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경제가 완전 고용 상태라면 정부 지출의 증가는 민간 지출을 감소 시키겠지만, 경제가 불완전 고용 상태일 때는 구축효과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구축효과의 실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위 그래프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과 국고채 10년 금리(%)를 나타낸 것입니다.

위 그래프 상에서 구축효과가 나타나려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증가하여 우상향 할 때 국고채 10년 금리도 우상향하여야 합니다.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해 이자율이 상승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그래프가 보여 주는 것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증가할 때 국고채 금리는 하락한 때가 더 많습니다.

결론

구축효과는 정부 지출이 민간 영역에서의 투자를 밀어내는 역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부 지출로 인한 경기 부양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론입니다.

구축효과의 정의에서 ‘정부 지출’은 재정 적자, 정부 부채 증가, 증세 등의 단어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더라도 민간 투자 영역을 위축시켜 재정 정책의 목표인 경기 부양 효과는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자율이 결정되는 대부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은 구축효과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라면 정부 지출이 민간 투자를 밀어내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완전고용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은 민간 투자를 위축 시키지 않을 수 있음과 실제 사례도 구축효과가 일어난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의 흐름을 보여 준다는 것을 앞에서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든 구축효과는 반드시 일어난다고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있음을 또 적절한 때의 적절한 지출 정책이 민간 투자를 자극하여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음 또한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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