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는 회계 조작이자 범죄다.

분식회계

분식회계는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장부를 조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업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도록 회계를 조작하는 것이다.

영어로는 마치 쇼윈도의 마네킹 드레스를 이쁘게 보이게 하는 것처럼 회계 수치도 그렇게 이쁘게 보이게 한다는 의미에서 window dressing (in account) 이라고 하기도 하고 accounting fraud 라고 하는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범죄로 연결되는 경우는 accounting fraud라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식 회계라는 말은 일본에서 왔다. 분식(粉飾)은 화장으로 꾸민다는 의미니 아마도 window dressing의 일본식 표현이 분식이었고 우리는 이를 그대로 받아 들인 듯하다.

그러나 분식회계는 단순히 회계 수치를 이쁘게 꾸미는 정도가 아니라 조작이고 범죄다.

기업의 회계 장부인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 따위를 조작하면 이를 보고 투자 하는 투자자나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나 대출을 결정하는 금융기관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된다. 따라서 이러한 회계 장부의 조작은 범죄다.

아래에서 분식회계를 하는 이유·유형과 몇 가지 사례를 알아보자

분식회계는 왜 할까?

정부와 재계의 유착 따위가 없고, 투명한 경영이 기업가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윤리로 정착되어 있으며,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이 강하다면 분식회계는 잘 일어나지 않겠지만, 다음 단락에서 볼 수 있듯이 분식회계는 옛날 옛적의 일이 아니라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문제도 있어 암암리에 분식회계를 하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분식회계 사실이 걸린 기업 뿐 아니라 분식회계를 하고도 걸리지 않은 기업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덕이나 윤리 관념을 뺀다면 기업은 분식회계를 할 유인이 항상 있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나 문제가 있는 경영자라면 특히 더하다.

손실은 감추고 이익은 늘리고

계속해서 손실이 나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계속되는 손실이 인정되는 스타트 업이나 기술 기업이 아니라면), 손실을 감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장된 회사는 매출이 연속해서 일정 규모를 넘지 못하면 관리회사로 등록되고 이후에서 개선이 없으면 상장 폐지가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허위로 매출을 늘리는 회사도 있다.

회사가 이익을 내고 있느냐는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으로 표현되므로 이를 실제 이익보다 늘리는 경우도 있다.

대출을 받기 위해 또는 신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대출을 받기 위해 분식회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매출도 잘 되고 있고 부채 규모도 적정하고 자산도 튼튼하며 자본 잠식도 없어야 할 것이다. 대출은 받아야 하겠고 정상적이 재무제표로는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분식을 한다.

비자금이나 횡령을 감추기 위해

비자금을 마련하거나 횡령을 위해서도 분식회계를 한다. 회사 돈을 빼돌리고 이를 들키지 않으려면 장부 상 조작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요즘은 기업 비자금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고 있는데, 비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 횡령이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는 사실 기업 고위 임원(대부분 CEO, CEO가 아니라면 최소한 재무책임자 CFO)가 관련되어 있다.

분식에 의한 횡령을 예로 들면 왜 고위 임원이 관련되게 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경리 직원이 횡령을 하는 경우 대부분 돈을 들고 튄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경리 직원 같은 하위 직원이 횡령하는 사건은 분식이 아니라 그냥 돈 들고 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위 임원이 횡령하는 경우에는 돈 들고 튀지 않는다. 장부상 횡령이 아닌 것처럼 조작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내부자 고발이나 감사 기관이 인지를 하고 조사하지 않는 이상 분식회계는 사실 적발되기가 쉽지 않다.

오 나의 스톡옵션! 주가를 올려라

회사 경영자는 보수의 일부분으로 스톡옵션을 받는 경우가 있다. 정해진 가격으로 자사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주가가 정해진 가격보다 올라야 수익이 생긴다.

회사가 실제 보다 이익이 많이 났다고 뻥치고 이게 먹힌다면 주가는 오른다. 자신이 살 수 있는 가격보다 오르면 이때 주식을 사서 팔면 그 차액을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꼭 스톡옵션 때문이 아니더라도 회사 경영자는 주가가 오르는 것을 좋아 한다. 윤리 의식이 없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이익을 뻥칠 유인은 항상 있는 셈이다.

역분식회계: 이익을 줄여라, 회사는 어려워야 한다

분식회계는 뭔가 실적을 뻥튀기 하거나 부풀리기 하기 위해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즉, 이익을 줄이거나 실적을 줄이기 위해서도 분식회계가 이용된다. 이를 역(逆)분식회계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분식회계 개념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실적을 뻥튀기 하건 줄이건 모두 분식회계이지만 후자를 특별히 역분식회계라고도 한다.)

역분식회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법인세와 같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익을 줄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노동조합과 임금 협상을 할 때 회사 “실적이 이거 밖에 안되니 요만큼만 올리자”라고 하는 협상의 근거를 대기 위해 (역)분식회계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분식회계를 하는 이유가 다는 아니다. 상장 폐지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분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 등 그 이유를 완벽하게 열거 하기는 불가능하다.

분식회계 사례와 유형

분식을 어떻게 하냐 하면 재무제표 중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 계정을 통해서 한다.

예를 들어, 손익계산서 항목인 매출 총이익을 늘려야 한다면 매출을 늘리거나 매출 원가를 줄이면 된다.

매출을 늘린다고 가정을 해 보자. 가상의 매출을 발생 시키고 돈은 아직 못 받은 것으로 가장하면 가상의 금액만큼 매출이 늘어서 결국 매출 총이익이 늘어나고, 재무상태표에는 매출채권(외상매출)이 증가한다.

매출이 아니라 매출 원가를 줄여도 매출 총이익을 늘릴 수 있다. 기업 회계에서 매출 원가는 회기 초에 있는 재고자산에 회기 중에 구입한 재고자산을 더한 후 회기 말에 남아 있는 재고자산을 빼서 계산한다. 따라서 회기 말에 남아 있는 재고자산을 실제 보다 부풀리면 매출 원가는 낮게 계산되고 결과적으로 매출 총이익이 늘어날 것이다.

모뉴엘 – 허위 매출

가전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모뉴엘은 수출을 잘했다고 국무총리 상을 받기까지 한 회사였다. 그러나 허위 매출임 판명되고 2014년에 파산하여 충격을 준 회사이기도 하다.

매출을 허위로 늘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의 매출은 전산화된 세금계산서를 통해 국세청에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 증거 없이 이만큼 매출을 했다고 매출 금액을 손익계산선에 기재할 수는 없다. 국세청도 속일 수 있어야 한다.

국세청을 속이기 위해서는 허위 매출 금액만큼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그런데 세금계산서에는 공급하는 자인 회사와 공급 받는 자인 상대방 회사(매출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회사)가 모두 표시되기 때문에 상대방 회사 입장에서는 허위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된다. 상대방 회사가 이를 허락할 리가 없다.

모뉴엘이 쓴 방법은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이 페이퍼 컴퍼니에 가상의 매출을 한 것으로 분식을 했다.

모뉴엘은 허위 매출로 분식을 했을 뿐 아니라 매출의 상대 계정인 매출채권(외상매출)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까지 받아 썼다.

대우그룹 – 비용 줄이기

이익을 늘리는 한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장부상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가지 인데, 22조 9,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분식을 한 대우그룹이 쓴 방법은 크게 보아 3 가지이다.

  1. 부채 누락
  2. 부실 채권을 정상 채권으로 둔갑
  3. 연구개발비 과대 계상

부채를 누락하면 이자 비용도 누락된다. 부실 채권은 비용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정상 채권으로 둔갑시켰으니 비용 인식이 되지 않는다.

연구개발비는 그 성격에 따라 비용으로 계상할 수도 있고 자산 항목으로 계상할 수도 있는데 연구개발비를 과대 계상했다는 것은 비용으로 인식해야 할 것을 자산으로 인식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SK 글로벌 분식회계 사례

부풀린 이익이 1조 5,587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된 SK 네트웍스의 전신 SK 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은 한국판 엔론(잠시 후 설명)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대우그룹 사례처럼 부채를 줄이거나 누락하고, 부실 자산 관련 비용을 줄이고, 모뉴엘처럼 가공의 매출을 계상하고, 투자 유가증권 이익을 과대 계상 하는 등 여러 항목에서 이루어졌다.

SK 그룹은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엔론(Enron)와 합작하여 SK 엔론을 설립했었는데,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미국 엔론도 분식회계 하면 빠지지 않을 사례로 꼽힌다.

미국 엔론 사례

엔론(Enron)사는 한 때 월가의 유망주 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주가도 하락할 위기에 있었다.

엔론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특수목적법인(SPE)을 설립하여 부채를 누락하고, 손실을 감추는 수법을 쓰고, 투자한 시설에서 아직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하는 분식회계를 했다.

내부자 양심 선언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CEO 스킬링(Jeff Skilling)은 25년 형을 선고 받고 아직도 복역 중이다.

일본 가네보 – 연결을 끊어라

모(母)회사는 자(子)회사의 재무상태와 손익을 연결하여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 자회사에서 손실이 많이 났다면 모회사의 손익계산서에도 손실로 반영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너는 더 이상 자회사가 아니야!” 라고 할 수 있다면 자회사의 손실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지고, 모회사의 손익계산서에는 이익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수법을 쓴 곳 중의 하나가 일본 화장품 회사 가네보였다.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가네보였지만, 결국 상장폐지되었다.

분식회계 요약

지금까지 분식회계란 무엇이고, 5가지 사례와 유형을 살펴 보았다.

분식회계를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손실을 감추거나 실제보다 더 높게 이익을 계상하여 주가를 올리거나 성과를 꾸미기 위함과 관련이 있다. 또한 세금을 줄이거나 임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정리 해고를 위해 이익을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줄이기 위해서도 분식회계(이를 따로 역분식회계라고 말하기도 함) 한다.

분식회계를 하는 방법으로 허위 매출을 기재하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부채를 누락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는데, 이 글에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분식회계 사례와 유형은 훨씬 더 많다.

앞에서 본 사례 기업들은 1회적으로 한 번 분식을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분식회계를 하여 수치를 조작하는데, 그 끝에서 만나는 것은 대부분 상장 폐지나 부도다.

결국, 소중한 직장을 잃는 사람이 생기고,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이 피해를 보며, 주가 폭락으로 주주가 피해를 본다. 꼭 분식회계 때문만은 아니지만 다른 사정과 결합하여 규모가 큰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면 공적부조를 통해 세금이 쓰여지기도 한다.

외부감사라는 제어 장치가 있지만, 사실 회사가 마음 먹고 분식을 하면 회계법인이 감사를 통해 파악하기 힘든 측면도 있고, 회계법인은 기업에 대해 을의 입장이라는 문제도 있어, 분식회계가 완전히 없어지기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기업가의 윤리 의식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 기업의 분식회계를 막을 외부 장치와 징벌적 처벌을 도입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