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곡선의 의미와 평탄화 현상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 서로 상충관계(역관계)임을 보여주는 곡선입니다.

필립스 곡선이란?

필립스 곡선은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A.W Phillips)의 이름을 딴 곡선입니다.

필립스가 원래 연구했던 것은 실업률과 명목임금인데요, 1861년부터 1957년까지의 영국 실업률과 명목임금을 조사해 보았더니 실업률과 명목임금에는 서로 상충 관계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실업률이 오르면 명목임금이 떨어지는 반면, 실업률이 떨어지면 명목임금은 오르더라는 거죠.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발표한 필립스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w = -.90 + 9.64U-1.39
w:명목임금 상승률, U:실업률. 위 공식을 그래프로 그리면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그래프가 그려집니다.

필립스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1958년에 발표했는데요, 이 연구 결과를 본 경제학자들은 이게 과연 영국만의 결과인지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과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가 미국 자료를 대상으로 같은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잠시 후에 설명하겠지만, 실업률과 명목임긍 상승률의 관계는 정부 정책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므로 연구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무엘슨과 솔로우는 명목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율에 미치는 영향까지를 고려하여 미국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간의 관계를 연구했는데요, 그 결과는 미국 자료로도 영국처럼 상충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사무엘슨과 솔로우는 단순하게 자료만 조사하여 정리한 것이 아니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상충관계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실업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니 이는 총수요 증가로 연결되고 총수요 증가는 전반적인 물가 인상 즉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실업률이 높은 경우는 고용 부진으로 총수요가 감소할 것이고 이는 전반적인 물가 하락으로 연결된다.’

필립스 곡선이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낮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 달성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부가 실업률을 희생하고 인플레이션을 잡거나 아니면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희생하는 대신 실업률을 낮추는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장기 필립스 곡선

필립스나 사무엘슨과 솔로우의 연구는 대략 1960년까지의 자료를 기반으로 했는데요, 세계경제는 1970년대에 들어서자 필립스 곡선과는 다른 현상을 직면하게 되죠.

1970년 초 OPEC의 가격 담합은 유가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왔습니다. 그러자 실업률과 인플레이션과의 관계가 필립스 곡선이 제시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즉, 높은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실업률 통계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업률 수준은 더 높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을 중심으로 한 통화주의자는 단기적으로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 역관계가 존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필립스 곡선은 자연실업률 수준에서 수직이다라는 주장을 펼치게 됩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희생하는 정책을 펼치면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승하기 때문에 단기 필립스 곡선이 상향 이동하여 결국은 자연실업률 수준에서 물가만 인상되는 결과에 도달한다는 것이 통화주의자의 주장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실물 경제는 A점에서 B점을 거쳐 장기 필립스 곡선 상의 C점으로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펼쳐 보았자 실물 경제는 변화가 없고 명목 물가만 오르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죠.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020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정 감사 자료에서 우리나라도 필립스 곡선이 평탄화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관련 뉴스: 필립스곡선 평탄화)

미국의 경우 낮은 실업율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율이 그리 높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 가능성을 뒷받침 하죠.

영국의 경우에도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992년까지는 명목임금 상승률과 실업율 사이에 역관계 추세선이 그려지지만, 1993년 이후는 평탄하거나 아주 낮은 수준의 역관계 추세선이 그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립스 곡선 평탄화는 실업율과 인플레이션율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실업율이 높아도 인플레이션율이 높을 수 있고, 반대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면서도 낮은 실업율이 유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단기에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하지만, 장기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실제 경제도 경제학자의 입장과 같은 흐름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1990년대 이후에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말하자면 필립스 곡선 평탄화 현상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출처: Why has the Phillips Curve gone flat?

위 그래프는 1971년 ~ 2016년 영국의 명목임금 상승률과 실업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요, 1971년 ~ 1992년 사이에는 역관계가 보이는 듯 하지만, 그 이후에는 평탄한 흐름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물가 인상율과 실업율의 관계

아래에 1990년에서 2019년까지의 한국 소비자물가 인상율과 실업율을 10년 단위로 구분하여 표시한 그래프가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인살율과 실업율 모두 e-나라지표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2000년 이후의 그래프에서 추세선이 없다면 실업율과 소비자물가 인상율과의 관계에 어떤 의미를 찾아 보기 힘들 것입니다.

주황색 추세선을 고려하면 약한 역관계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실제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좀 더 세밀한 통계적 분석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실업율과 인플레이션율의 관련성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앵의 국감 보고자료도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 가능성을 제기했을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보는 방법은 주황색 점을 시작으로 하여 점들을 따라가면 됩니다.

각 점은 해당 연도의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인상률 쌍인데요, 점을 따라 가면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다 볼 필요는 없고 몇 개만 확인해 보세요.

실업률 하락과 인플레이션율 상승이 한 쌍으로 보이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는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을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실업율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는 역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필립스 곡선이 시사하는 바였습니다.

이 곡선 때문에 케인즈 경제학은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수준까지 확장적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에서 고통스럽지 않을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는 선까지 확장적 정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통화주의 학자는 단기에는 필립스 곡선 대로 실업율과 인플레이션의 역관계가 존재하지만, 장기에는 필립스 곡선이 자연실업율 수준에서 수직이기 때문에 역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업율을 줄이기 위해 총수요를 늘리는 정책을 써봤자 물가만 올릴 뿐이지 실업율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수직의 장기 필립스 곡선이 의미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장기 필립스 곡선이 수직이라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탄탄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증명된 적은 없습니다.

현실은 오히려 필립스 곡선이 평탄해 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할 정도로 실업율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없는 듯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계적 분석 기법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서 틀릴 수도 있지만, 한국의 필립스 곡선은 평탄화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장기 필립스 곡선은 뭘 해봐야 장기적으론 물가만 올릴 뿐이라고 말하고 단기 필립스 곡선은 단기적으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실업률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인정하는 만큼 거의 고정관념처럼 생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 현상이 목격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필립스 곡선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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