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에서나 쓰일 것 같은 도덕적 해이라는 용어는 사실 지극히 경제적인 용어입니다.

‘해이’를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긴장이나 규율 따위가 풀려 마음이 느슨함’이라고 되어 있으니 도덕적 해이는 도덕적인 규율이 풀린 느슨함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경제학에서는 꼭 이런 의미로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도덕적 해이

도덕적 해이란?

경제 용어로서의 도덕적 해이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규율을 지키지 않거나 규율의 허점을 이용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행위이지만 누군가는 이 행위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됩니다.

도덕적 해이라는 단어가 생긴 유래를 알고 나면 이 용어의 뜻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유래는 화재보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 대공황 시기와 겹치는 1900년대 초반에 유독 화재로 공장이나 사무실을 날리는 회사가 많았던 것인데요, 희한하게도 그 회사들은 화재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화재보험 회사가 조사를 해보니, 유령회사를 차려 건물을 구입하고는 뻥튀기된 건물 가격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한 후 몰래 불을 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건물은 화재로 날라 갔지만 뻥튀기된 건물가격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보상을 충분히 받아 오히려 이득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고 불렀고 이를 우리말로 도덕적 해이라고 번역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도덕적 해이는 보험과 관련해서만 목격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이나 기업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목격되는 경제 현상 중 하나입니다.

폴 그루그먼은 도덕적 해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얼마 만큼의 위험을 부담할 것인가를 결정하지만, 일이 잘못될 경우 실제 부담은 다른 사람이 지게 되는 현상1

예컨대 A는 돈을 주고 B는 건물을 짓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B가 새로운 건축 기법을 적용한답시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건물을 만든 경우입니다. 이 경우 책임을 누가 지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계약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건물로 경제행위를 해야 하는 A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겠지요.

문제의 책임은 B에게 있지만 손해는 A가 감당해야 하는 현상이 도덕적 해이의 핵심인데요, 사례를 살펴보면 볼까요?

도덕적 해이 사례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세계 금융위기로 확대된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 중의 하나는 도덕적 해이였습니다.

당시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많았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한 파생 상품에 대한 수요도 넘쳐 났습니다. 이렇게 수요가 넘쳐 나자 대출 기관에서는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은 없는지 대출 받는 사람이 충분한 상환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지 않고 대출을 남발 했습니다.

결국 주택 가격 하락으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의 연체가 늘어나자 모기지 대출회사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하고 이후 리먼 브러더스 같은 대형 투자회사가 파산 함으로써 세계 금융위기로 연결 되었죠. 대출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것입니다.

자동차 종합보험과 도덕적 해이

만약에 의무사항인 책임보험에만 가입하고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을 하지 않았다면, 운전을 더욱 더 조심해서 할 것입니다. 그런데 종합보험에 가입을 한 후 운전에 부주의 해졌다면, 이는 도덕적 해이의 결과입니다.

베일아웃과 도덕적해이

베일아웃은 어떤 기업이 파산 했을 때 정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회생시켜 주는 제도 입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파산한다면 예금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해당 은행과 거래한 기업도 파산할 수도 있는 등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베일 아웃을 하곤 합니다.

베일아웃은 은행 입장에 좀 더 공격적으로 위험을 감수한 대출을 해 준다든지 하는 유인이 됩니다. 혹시 문제가 발생해도 최소한 공적자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위험을 감수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 경영인의 도덕적 해이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하지만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하는 경우가 많지요.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전문 경영인이 일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검증 되지 않은 자신의 감에 의지하거나 공격적인 경영을 하거나 반대로 방만한 경영을 하여 주주들에게 손해를 주는 것도 도덕적 해이의 결과입니다.

일상 생활에서의 도덕적 해이

도덕적 해이는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사적으로 공용 차량을 이용한다거나, 회계사가 자신이 감사한 회사의 주식을 부당 거래 한다든지, 회사 용품을 아껴 쓰지 않는다든지…, 도덕적 해이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 해결방법

누군가의 도덕적 해이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엔 국민 경제에도 피해를 입힙니다. 생기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노력을 하는 데요 인센티브 를 제공하거나 감시 체제를 구축하는 방법을 씁니다.

회사 비품을 적절하게 쓰고 있는가를 상관이 감시한다든지, 감사원이 공무원을 감사한다든지, 전문 경영인에 대해 이사회가 제어를 한다든지, 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감사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감시 체제를 구축하여 도덕적 해이를 막고자 하는 것들이죠.

인센티브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컨대 전문경영인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문 경영인 취임 시점의 회사 주가가 1주에 10,000원 이라면 임기가 끝나는 1년 후에 1주에 12,000원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식이죠.

현재 10,000원인데 더 높은 가격인 12,000원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뭐가 좋은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잘 하여 1년 후 주가가 15,000원으로 오른다면 이를 12,000원에 매수할 수 있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옵션입니다. 자신이 회사의 주가를 올린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전문 경영인은 최선을 다하여 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스톡옵션이라는 인센티브가 전문경영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게 되는 것입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방법에 인센티브나 감시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베일인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막아보려는 것인데요, 베일인 제도(외부 공적 자금이 아니라 내부 자금으로 파산에 대처하는 제도)는 인센티브라고 볼 수도 없고 감시라고 볼 수도 없으니까요.

도덕적 해이는 다른 사람이 피해를 일으키고 국민 경제상으로도 손실을 발생시키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창의적인 방지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Footnotes:

1

폴 크루그먼, 불황의 경제학, 세종서적, ISBN : 9788984074675